우주적 위로에 대하여

1.

“생각하라. 당신이 우주적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라.” 이것은 비과학적인 망상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자연법칙 안에 있으니까. 이것은 영성도 아니다. 나는 구도자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우리네 인생은 순탄하지 않다. 무지 탓에 잘못을 반복했다. 나이를 먹어도 나는 항상 어렸다. 내 정신은 의지할 곳을 찾았다.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올바른 쪽에 서고 싶었다. 무엇인가라도 찾고 싶었다. 찾아야 했다. 그러다가 죽은 자들이 남긴 온기를 발견했다. 조상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었다. 그 결과가 저 문장이다. 생각하라. 당신이 우주적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라.


2.

18세기 이후로 철학자들의 가르침은 한결같았다. 용기였다. 생각하는 용기. 스스로 기운을 내는 용기. 내가 우주적 존재인 것처럼 여기는 저 단단한 마음. 사람들의 생각을 핍박하는 우상 대부분을 인류 조상들이 없애 줬다. 칸트가 발견한 것처럼, 젊은 쇼펜하우어가 푯말을 세운 것처럼, 세상은 내 머릿속 이미지다. 그러니 기운을 내라. 


3. 

1905년 6월 30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방정식이 있었다. E=MC2(‘엠씨스퀘어’). 모든 질량(M)은 그 질량에 상응하는 에너지(E)를 갖는다.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같은 걸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만물은 질량을 갖는다. 그러므로 만물은 에너지다. 당신은 에너지다, 내가 에너지인 것처럼.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에너지다.


옛날 뉴턴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니, 그렇게 들렸다. 움직이라고, 빨리 움직여서 일을 하라고, 그래야 네 질량만큼의 에너지를 얻을 거라고. 그래, 대체로 맞는 말이지. 우리네 인생이라는 게 그렇지. 에너지를 얻으려면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해. 멈추면 에너지가 사라져. 멈춘 자는 에너지가 없다. 이때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은유를 걷어낸다. 엠씨스퀘어의 질량은 움직였을 때의 질량이 아니다. ‘정지 질량’이다. C는 빛의 속도다. C의 제곱은 10이 8번 곱해진 큰 숫자이다. 나는 내 몸무게를 대입해서 엠씨스퀘어 방정식을 풀어보았다. 나라는 사람은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필요한 3년분의 에너지와 같았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물론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엠씨스퀘어에서 에너지로 바뀌는 질량은 원자 단위에서 폭발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폭발이 아니다. 질량이 에너지로 폭주하는 현상은 생명체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위안을 얻었다. 내 존재가 그토록 큰 에너지였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한다. 비록 내 질량이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처럼 에너지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저 아름다운 방정식이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다. 당신은 이미 우주적 존재라고.


4.

한때 나는 빛이라 하면 햇빛만 떠올렸다. 태양이 곧 빛이었다. 학교에서 불도 빛이라는 걸 배웠지만 참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빛은 항상 곁에 있었다. 안팎으로 빛이 있었다. 17세기 뉴턴이 프리즘으로 일곱 가지 빛을 보여줬다. 인류는 그때 그게 빛의 정체인 줄 알았다. 19세기 물리학자들은 뉴턴의 빛은 사과 한 개 정도의 빛에 불과함을 밝혀내면서 과수원에 가득한 빛의 흐름을 보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 빛을 일컬어 ‘전자기파’라는 정식 이름을 붙였다. 뉴턴이 했던 것처럼 그들도 빛의 모든 파장을 다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적외선이 있었다. 적외선 카메라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게서 빛이 보인다. 그 빛은 태양으로부터 빌려온 빛이 아니다. 사람이 본래 간직한 빛이다. 20세기 연구자들은 인체 세포 안에서 물질대사로 에너지를 얻을 때 빛 알갱이, 포톤이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걸 ‘바이오포톤’이라 한다. 인체에서 생기는 빛은 핵융합으로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 태양의 빛과 그 본질이 같다. 모든 빛은 원자에서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공장인 원자는 전자의 에너지에 변화를 주며 빛을 만들어낸다. 


옛 인도 사람들은 빛의 기운을 ‘차크라’라 불렀다. 서양에서는 ‘아우라’라 했다. 그 정체는 빛 자체였다. 빛은 전기이며 자기다. 반짝임이며 흐름이며 끌림이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전기와 자기의 정체도 빛이다. 당신은 빛의 자녀다. 나는 빛 속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큰 위안인가. 나는 나의 차크라를 사랑한다. 그리고 당신에게서 나오는 아우라를 존경한다.


5.

빛은 전자기파이며 흐름이지만 항상 흐르지는 않는다. 에너지를 전할 때에는 막스 플랑크 방정식을 따른다. E=hv. 물리학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이 방적식의 오른쪽을 ‘하뮤’라 읽는다. 빛의 에너지는 소수점 34자리까지 0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인 플랑크 상수(h)와 빛의 진동수(v)의 곱으로 표현된다. 이건 흐름이 아니라 양(量)이다. 빛 에너지는 선분이 아니라 점이다. 점은 연속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걸 양자(量子)라 불렀다. 플랑크 방정식은 20세기 양자역학으로 입문하는 열쇠였다. 나중에 빛 알갱이를 일컬어 사람들은 ‘광자(포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우리는 빛의 자녀이므로 흐르는 대로 연속해서 어디론가 흘러가자. 그러나 지금은 우리에게 에너지가 필요한 때. 그때 빛은 점이다. 살다 보면 어딘가에서 동떨어져 버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기분에 젖을 때도 있다. 플랑크 방정식이 마치 내 등을 토닥거리면서 말하는 게 들리는 것 같다. 빛 에너지는 흐름이 아니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빛난다고. 빛의 자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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