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아름다운, 우섬결


코디정: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우리네 직장인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우섬결: 코로나19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그렇지만 솔직히 저한테는 아주 긍정적인 상황이에요. 삶이 개선됐어요. 근무환경이 유연해졌거든요. 감염병에 대한 대응 조치로 회사에서는 근무시간을 조정했습니다. 번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조치였지요. 이번 겨울 대유행 시점부터는 사흘 출근 이틀 재택근무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코디정: 재택근무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회사에 있는 자료가 없으면 일하기 힘들 텐데요.
우섬결: 집에서 회사 컴퓨터를 원격조정하면서 업무를 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거의 똑같은 업무 환경이 된 거죠. 인쇄물을 볼 수 없고, 고객 전화를 바로 받을 수 없는 차이가 있지만, 다행히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회사에서는 페이퍼리스(paperless)가 정착했거든요. 서류를 출력할 일이 별로 없어요. 요즘은 이메일 위주로 고객과 소통하니까 큰 불편함도 없습니다. 내부 소통도 ‘행아웃’을 이용해서 빠르게 하니까 역시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경우 일주일에 3일은 출근하니까 그때 해결합니다. 

코디정: 유연한 근무환경이라는 거요. 이번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빨리 해내지 못했을까 하면서요. 

우섬결: (웃음) 그래도 회사가 신속하게 결정해 준 덕분에 이렇게 좋아진 거예요. 일단, 아침마다 분주하게 출근 준비해야 했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좋고요. 육체적으로 매우 편해졌지요. 제 공간에서 생산적인 일까지 할 수 있어서도 좋아요. 정신적으로도 평화로워요. 아, 이걸 ‘코로나 덕분’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인 우섬결’은 더 나아졌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더라도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결과가 중요합니다. 이건 회사 일이니까요.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일하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다행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업무상 실수나 사고는 없었어요. 아까도 말씀했지만 특별한 불편함도 없고요.

코디정: 지금 직장에서 일한 지는 어느 정도 됐나요?
우섬결: 2019년 11월경부터 일을 시작했으니까 거의 20개월이 다 돼 가는 것 같습니다. 3년차예요.

코디정: 직장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혹은 어떤 체험을 계기로 직장을 바꾸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걸까요? 
우섬결:
제 경우에는 이전 직장에서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어요. 희망을 찾아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기보다는 희망을 잃어버려서 새로운 변화로 내몰렸다고 해야 하나요? 직장을 바꾸는 것만으로 안 되었어요. 아예 ‘업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호텔에서 6년 간 일했어요. 1급 호텔 ABC, 특2급 호텔 LMN, 1급 호텔 XYZ (호텔 명칭은 가명), 3곳의 호텔에서 프런트 일을 했어요. 현재는 ‘급’으로 표현하지 않고 3성~6성 호텔식으로 표현합니다. 사실 6성은 존재하지 않지만 최고급 호텔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6성급 호텔이라고도 합니다. 

코디정: 아, 호텔! 대학도 호텔 쪽인가 보죠?
우섬결: 네. 호텔경영을 전공했어요.

코디정: 호텔에서 일하는 게 어렸을 적 꿈이었나요?
우섬결: 아니요. 꿈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에는 그냥 여러 꿈을 꿨고 그게 또 자주 바뀌었어요. 단지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가야 하는데, 당시 호텔경영학과가 인기가 많았어요. 경영학과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아,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호텔경영 쪽으로 진학했던 거죠.

코디정: 호텔에서 일하는 게 인생의 이상은 아니었군요.
우섬결: 네. 그저 어린 마음에,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 그 정도였습니다. 물론 호텔업에 관한 막연한 환상, 그런 게 없던 건 아니었어요. 크고 화려하고, 뭔가 일반 회사와는 다를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대학에서도 재미있었어요. 이론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고, 현장의 체험도 배우기도 했고요. 첫 직직장인 ABC 호텔은 특1급 호텔에서 새롭게 오픈하는 비즈니스 호텔이었어요. 제가 오픈 멤버였던 거죠. 기대감도 많았고, 오픈 멤버끼리 마음도 잘 맞았습니다., 일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100% 원하는 곳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특1급 호텔, 큰 호텔에 가고 싶었지요. 유학파에게 밀리고, 저도 부족해서 안되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 특1급 호텔 자회사라고 해서 ABC 호텔에 입사했던 거였어요. 이곳에서 경력을 쌓고 좀더 큰 호텔로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기회가 왔어요. 그래서 280개의 객실을 보유한 특2급 LMN 호텔로 이직했어요. 그러던 중에 전 직장 매니저 님에게서 스카웃 제의가 왔어요. 새롭게 오픈하는 호텔이 있는데, 제가 필요하다고요. 고민했지요. 더 큰 호텔로 가겠다는 당초의 마음으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는데, 막상 큰 호텔에서 일하면서 경험하고 보니 별 다를 게 없었어요. 구조는 똑같고 객실 수만 많고 나만 더 힘들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호텔인 XYZ 호텔에 가게 된 겁니다. 어쨌든 상황이 그렇게 됐어요.


코디정: 아, 그 스카웃은 위험했네요. 그걸 수락한 다음에 마지막 호텔인 XYZ 호텔에 합류한 것이군요. 무엇이 내게 이익이 되는지 계산하기보다는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스타일인 인 건가요?
우섬결: 제가요? (웃음) 그렇게 되나? 음… 그렇죠. 

코디정: 호텔과의 인연이 거의 10년인데, 그 인연을 끊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결정을 내리셨네요. 후회하지는 않나요?
우섬결: 전혀요. 호텔에서 6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아침 9시에 출근에서 저녁 6시에 퇴근하잖아요? 그런 보통의 삶을 동경하게 되더라고요. 호텔은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밤 9시에 출근해서 새벽 6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집에서는 정말 잠만 자고 출근하는 날이 많았고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졌어요.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사람 대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상한 손님도 많았고,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몸과 마음이 한계에 이르게 되는 상황 치고는 월급도 많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제게 물었습니다. “내가 앞으로 계속 호텔업에 있으면 나한테 무엇이 남을까?” 

코디정: 그 질문에 희망적인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거군요.
우섬결: 네. 미래가 없었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코디정: 그래서 호텔업을 떠난 거군요.
우섬결: 네. 2019년 여름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아니, 호텔을 영영 떠난 거지요. 대책을 마련할 마음의 겨를이 없었어요. 일단 쉬고 싶었거든요. 그때 5개월 조금 넘게 쉬었나?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 지원하게 된 겁니다.

코디정: 어때요. 지금 직장은?
우섬결: 200% 만족합니다. (웃음) 진짜예요! 사실 호텔을 그만둔 다음에는 희망을 잃은 상태였고, 호텔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새롭게 직장을 구해야 할 처지였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직장을 옮길 때 보통 사람이 갖는 의욕이나 기대감이 제게는 없었던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대기업을 가야겠다, 복지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의 채용공고를 접하게 됐습니다. 좋은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업무 경험이 없는 신입이어도 괜찮다고 해서 지원하기는 했지만, 1명을 뽑는 데 워낙에 지원자들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제가 사무직 경험이 없다는 게 핸디캡이 되리라 생각했고요. 면접을 본 다음에 연락이 없으니 그냥 체념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연락이 온 거예요? (웃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막상 일하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니 200% 만족할 수밖에요. 


코디정: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우섬결: 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곳에서 일하는 지금은 마치 힐링의 시간, 회복의 시간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벌써 3년차거든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고, 문서로 일하는 사무직, 이 정제된 느낌의 평화로움도 좋아요. 감정을 주고받는 일 없이 업무를 보는 게 좋습니다. 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분도 들어요. 아, 내가 이런 정적인 일에 더 잘 맞는 사람이었구나. 아마도 호텔에서의 고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일, 이 관계, 이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던 거겠지요?


코디정: 독자를 위해서 지금 하는 ‘업무’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우섬결: 특허법인에서 일합니다. 고객은 크고 작은 기업들, 연구기관들이 있는데, 업종이 다양한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저희 회사는 발명, 브랜드, 디자인에 관해서 특허청에 권리를 신청하는 일을 대리하는데, 저는 이곳에서 사무직 일을 봅니다. 크게 세 가지 일이에요. 특허청에 온라인으로 서류를 접수하거나 받는 일, 그런 서류에 관해 변리사와 소통하는 일, 그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무직 일과 좀 다른 점은 마감기한이라는 게 있다는 건데요. 항상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 내일 할 일, 이번주에 할 일 등을 까먹지 않고, 잘 챙겨야 합니다. 인터넷이 되고, 컴퓨터가 있다면 저는 ‘앉아서’ 제 일을 할 수 있어요. 호텔에서는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했었는데, 이런 차이가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닐지는 몰라도, 저한테는 특별하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젠틀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저희 고객도. 


코디정: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섬결: 테니스를 좀 배워보고 싶어요. 테니스 경기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코디정: 남자 테니스의 경우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이 빅3의 경쟁구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어느 쪽인가요?
우섬결: (망설임없이) 조코비치요! 조코비치는 마력이 있어요. 그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불굴의 의지와 집념이 느껴져요. 불타올라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빨려 들어갑니다. 노박 조코비치를 이기려면 단숨에 끝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요. 일단 너무 기량이 뛰어나고 지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역전해내는 힘이 있거든요. 요즘 같은 시국에 조코비치의 훌륭한 경기력을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힘을 얻어요. 단순히 스포츠를 떠나서 그에게서 많은 걸 배웁니다. 이건 조코비치 팬이 아니더라도 테니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공감할 듯해요. 물론 나달, 페더러 선수도 그에 못지 않게 멋진 선수이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디정: 눈빛이 달라졌어요. 팬심이 무섭군요. 지금이라도 테니스를 배우세요. 어쩐지 어울릴 것 같은데요?
우섬결: 그게 쉽지 않아요. 제가 차가 없잖아요? 테니스를 치려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버스 타고 다니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워요. 실내에서 하는 테니스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코로나 시즌이어서요.


코디정: 테니스 이야기를 하니까 평소와 다른 에너지를 느낍니다.  
우섬결: (웃음) 테니스 경기를 보려고 밤을 샌 적도 적지 않아요..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메이저 대회 티켓을 끊고 유럽에 가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지요.


코디정: 아쉬웠겠네요. 그런데 감정적인 에너지는 어떤가요? 화가 났을 때라든지, 그런 격정적인 감정 표현을 하는 편인가요?
우섬결: 음... 그렇지는 않아요.

코디정: 성정인가요? 아니면 사회생활을 통해 익힌 훈련인가요?
우섬결: 글쎄요. 직장에서 흥분하고 화를 내고 그런 적은 없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표현한 적이 있기는 했을 텐데,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목소리를 높인다든가 그 감정을 오래 지속하든가 그러지는 않아요. 제 생각을 차분히 잘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보니 성정 같아요. 일단 제가 큰소리가 오가는 것을 싫어해요. 어려서부터 저희 집의 문화도 그랬고, 바깥에서도 그렇고요. 


코디정: 그런 성정에 더해 호텔에 일하면서 훈련도 되었을 것 같은데요.
우섬결: (웃음) 네. 많이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진상 손님’을 대하면서 도를 닦는 심정으로 일했으니까요.

코디정: 가치관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섬결: (심각) 아, 이건 늘 어렵다고 생각하는 주제인데요…

코디정: (웃음) 저한테도 어려운 주제예요.
우섬결: 네. 살다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많고, 그게 상황마다 나이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코디정: 질문을 좀 바꿔볼게요. 30대의 인생에서는 뭔가 역동적인 게 중요할까요, 아니면 안정적인 내적 평화가 더 중요할까요?
우섬결: 음. 아무래도 저는 내적인 평화 쪽을 선택할 것 같아요.

코디정: 아, 그렇군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균형을 좇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테니스 얘기를 하는 건데요. 본인의 성정이 차분하고 평화로운 시공간을 애정하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테니스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를 쏟는 운동을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는 주로 무얼 하나요?
우섬결: 특별한 건 없어요. 요리하고, TV 보고, 운동하고요. 남들 보기에는 별것 아닐지는 몰라도,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땀 흘리며 운동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편이에요. 


코디정: 운동? 무슨 운동이요?
우섬결: 홈트를 해요.

코디정: 홈트?
우섬결: 홈트레이닝의 줄임말요. 

코디정: 아아, 제가 줄임말에 약합니다. 홈트는 전문가한테 배우는 건가요? 
우섬결: 아니요. 혼자 익혔어요. 유튜브 보면서 하는 거예요. 꽤 오래했어요. 저한테 맞는 운동을 알게 된 것 같고, 하루에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해요. 작은 아령을 이용해서 근력운동도 하고요. 이게 유산소 운동도 된답니다. 아령을 들고 천천히 움직이면 근력운동이고, 그걸 빠르게 움직이면 유산소 운동이고요(웃음). 요즘은 재택근무 날이 많아서 더 열심히 운동하는데, 덕분에 다이어트도 성공했습니다(웃음). 체력도 좋아졌고요!


코디정: 축하드려요! 그런데 비혼주의자인가요?
우섬결: 아니,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그런데 만날 기회가 없네요. 제가 인연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런 걸 위해서 활동하는 스타일은 또 못 돼서요. 제가 노력을 하지 않는 건가요?

코디정: 음. 제가 그건 모르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면, 호텔에서 일할 때에는 과중한 노동 탓에, 지금 회사로 이직한 다음에는 업무를 배우고 적응하느라, 그다음은 지금 1년하고 6개월 넘게 코로나잖아요? 상황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상황이 적당히 마무리된 후에, 혹시 알아요? 조코비치 같은 남자가 찾아올지? 그런데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 좋아요
섬결: 음… 우리들 평범한 인생에 서로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특별히 조건을 따지지는 않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라면 좋겠어요. 

코디정: 좋은 표현이네요.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 흔하지 않은 관점입니다. 원래 지론인가요?
우섬결: 20대 때에는 사람의 외적인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잘 생겼는지, 옷차림이 얼마나 좋은지, 운동은 하는지 등으로요. 그런데 이게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나와 대화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화를 어떻게 내는지, 이 사람의 성향은 어떤지 같은 내적인 모습을 더 봅니다. 어딘가에 저의 소울메이트가 있을 텐데, 외적인 것에 정신 팔려서 놓칠 순 없잖아요? 사회생활하면서 사람 보는 눈도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코디정: 외동딸인가요?
우섬결: 아니요. 오빠가 있어요. 오빠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부터 관세사 공부를 했어요. 얼마 전에 관세사 시험에 합격했답니다.

코디정: 오오, 그거 축하할 일이네요!
우섬결: 오빠는, ‘저와 달리’ 옛날부터 공부를 잘했어요. (웃음)

코디정: (정색하며) 무슨 말씀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낯선 사무직도 빠르게 터득했잖아요? 혼자 연구해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운동도 하고, 또 영어도 독학으로 잘하잖아요? 꽤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것 같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그런데 직장생활하면서 외국으로 휴가를 떠난 적이 있나요?
우섬결: 여기저기 잠시 다녀왔어요. 2018년 여름에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은 밀라노나 피렌체 쪽으로 여행을 가지만, 그때 제 여행 목표는 유럽의 휴양지를 가는 것,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곳, 또 동시에 물가가 저렴한 곳, 이렇게 찾다보니 시칠리아였어요.

코디정: 혼자서?
우섬결: 네, 혼자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게스트하우스에 묶었다가 너무 환경이 안 좋아서 바로 호텔로 옮겼어요. 시칠리아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지요. 아, 제대로 쉬었다, 그런 기분으로 휴가를 다녀왔어요.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면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볼까 해요.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요.

코디정: 휴가를 떠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 돈 문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섬결: 소득을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비는 줄일 수 있고 절약하고 저축하면서 돈을 모을 수는 있으리라 생각해요. 돈 쓸 일이 많지는 않아요. 그게 저의 기본적인 경제 관념 같아요. 최근엔 국내와 해외의 경제상황이라든가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소득을 비교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희들 친구끼리 하는 이야기는 있어요. 연봉과 나이가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거요. 

코디정: 나이와 연봉이 같이 간다는 게 무슨 말이죠?
우섬결: 예를 들어 자기 나이에 0이 두 개 들어가는 연봉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예요. 그게 뭐 정답은 아니겠습니다만.

코디정: 아, 오,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공감이 되는 얘기네요. 그런데 영화는 어때요? 즐겨보는 분야의 영화라든가.
우섬결: 그냥 재미있는 영화, 이것저것 봐요. 마블 시리즈는 다 봤어요. 

코디정: 아, 그래요? 저도 거의 다 봤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두 번 세 번 보기도 해요.
우섬결: 저는 DC도 다 봤어요. (웃음)

코디정: 그래요? 마블과 DC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시는군요! 히어로물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히어로를 하나 꼽는다면?
우섬결: 토르.

맺음말: 사람들은 성공한 인생 스토리 또는 빛나는 명예를 동경합니다. 환상에 취하고 신화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그건 리얼리티가 아니지요. 우리들 대부분은 평범한 인생을 삽니다. 그 안에 스며드는 슬픔과 기쁨, 절망과 위로, 한탄과 의욕이 우리네 삶을 구성합니다. 우섬결 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저는 평범함이 이렇게나 아무렇지도 않게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란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평범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선물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응원하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치면서, 안부를 물으면서. 감사합니다. (2021-07-07)


 
Previous
Previous

이 숨결을 보라, 김석희

Next
Next

코디정, 국무총리를 만나다